갑진甲辰년 푸른 용의 해

 

 

계묘癸卯년 토끼의 해도 어느덧 일주일을 남긴 채 저물어가고 갑진甲辰년 푸른 용의 해가 다가옵니다.  

진辰은 십이지지 동물 중에서는 유일하게 실재하지 않는 상상 속 영물인데, 예로부터 군왕의 상징으로 쓰였습니다. 용상龍床, 용포龍袍, 용안龍顔과 같이 왕권과 왕위를 상징하는 표현들이 그 사례입니다. 

 

용은 또한 유교사회에서 이상적 인간상으로 지칭하는 군자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유교의 필수 경전 사서삼경 중 하나인 역경易經(주역)의 첫 장에서 해당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괘인 건괘 6효의 설명 중 초효의 ‘잠룡潛龍’, 두번째 효의 ‘현룡見龍’, 다섯번째 효의 ‘비룡飛龍’, 여섯번째 효의 ‘항룡亢龍’이 그것인데,

군자가 성장해 나가는 원리를 용이 성공적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에 비유해 6단계의 상황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잠룡은 역량이 미달하니 아직은 나서지 말아야 하는 단계로서, 힘이 미약할 때는 몸을 낮춰 근신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말하고,

현룡은 나를 이끌어 줄 대인을 만나야 하는 단계로서, 나의 역량을 강화해줄 인적 네트워킹을 형성할 팔요성을 말하고,

비룡은 앞서의 성장 과정을 거쳐 마침내 하늘에 올라 대인을 만나야 하는 단계로서, 날개를 얻어 날아오른 것에 만족하지 말고 나를 보필해줄 유능한 인재를 등용할 것을 말하고,

마지막으로 항룡은 비룡의 단계를 넘어서서 더 높은 곳을 탐하다가 후회하게 되는 단계로서, 과욕을 부리다가 일을 그르치는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언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주어진 삶을 온전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적용할 수 있으니, 수천년 전 가르침이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가오는 푸른 용의 해에 이 세상 모든 잠룡과 현룡들이 무사히 비룡의 단계로 나아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실현하실 수 있기를 바라고,

또 이미 비룡의 꿈을 실현하셨다면 항룡의 후회를 거울삼아 지나침이 없도록 경계함으로써 형통함을 누리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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